프로그래밍/생각

'Hello world'를 처음에 써보는 것에 대해서

LuiGee 2022. 6. 19. 12:23

프로그래밍을 배워보거나 나중에 라이브러리 등을 배워본 사람은 'Hello world'라는 문장을 수도 없이 봤을 것이다. 나도 아직 버릇이 되어 뭔가 처음 해보거나 일단 작동은 하는지 간단하게 테스트할 때는 저 문장을 출력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심지어 이것을 언어별로 어떻게 출력하는지 모아놓은 웹 사이트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저 World라는 단어는 배우는 라이브러리나 기술로 대체되거나 강의 제목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많다. 'Hello React'같은 식으로.

 

The Hello World Collection

The Hello World Collection "Hello World" is the first program one usually writes when learning a new programming language. Having first been mentioned in Brian Kernighan's tutorial to the B programming language, it became widely known through Kernighan & R

helloworldcollection.de

이 문장은 C언어에서 거의 성경같은 취급 받는 The C Programming Language의 저자 브라이언 커니핸이 처음으로 B언어를 설명하는 책에서 사용했고 앞에서 말한 책에서 다시 한 번 쓰면서 프로그래머 사이에서 유명해지고 아직까지도 살아있는 전통이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지금 와서는 이 인사말이 처음 배우는 프로그래머들이 프로그래밍 세계에 인사하는 인사말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배우는 기술 이름으로 World가 치환되는 경우를 보면 더더욱 그런것 같다. 원래 이 문장을 출력한 커니핸이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원문을 조금 보니 별 의도는 없어보인다) 내가 생각했던 건 이 문장은 프로그래머가 하는 말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이 이 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프로그래밍의 첫 걸음에 어울리는 해석이 되지 않을까 했다.

 

어떤 언어에서는 한 줄, 어떤 언어에서는 여러 줄을 쓰고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그때 프로그램이 'Hello world'라고 이야기한다. 처음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 뭐가 뭔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일단 따라해보니까 태어나서 세상에게 반갑다고 인사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이다. 요새는 크게 감흥이 있는 건 아닐 수도 있지만 정말 컴퓨터에 나오는게 글자밖에 없던 시절에는 내가 적은 코드가 그동안 내가 쓰던 프로그램이랑 똑같이 글씨를 화면에 보여주고 있다는 게 지금보다는 큰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요새 비슷한 감동을 느끼려면 웹 페이지에서 상호작용을 해보거나 간단한 앱이라도 내 스마트폰에서 실행되는 걸 보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서인지 프로그래밍을 누군가에게 가르쳐줄 때도 항상 지금 수준도 충분히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꼭 뭔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을 하고 플랫폼 정도는 되어야 프로그램이 아니라 내가 입력한 걸 컴퓨터에서 보여주기만 해도 그건 프로그램이니까. 내가 적은 코드로 세상에 인사를 하는 프로그램이 태어났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 프로그래밍을 계속 배울 수 있는 즐거움의 첫 걸음이 아닐까 싶다.